재지/zezie
는 "유쾌하고 짓궂다."
그는 규정된 틀에서 벌어나 고양이를, 물건을, 그래픽을 세상에 등장시킨다. 어쩌면 그가 생각하고 숨기던 욕망을 오피스 재지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름"
이 오피스 재지를 더 굳건하게 만든다.
Q. 재지의 소개를 읽으면서, 인간이자 디자이너인 우리는 각자의 생각과 (특히) 욕망을 시각화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지는 그룹으로서, 또 개인으로서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A. 결국은 내 장점을 살려 ‘성공’하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 2025년까지 10억 벌기, 한강뷰 작업실 소유하기 등등. ofc.zezie - 개인이자 하나의 스튜디오로서 일을 골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콜라보 하고 싶기도 하고, 더 유명해지고, 대중성에 대한 욕망이 있나보다. 히키코모리 학자 같은 디자인은 싫어!
Q. 재지는 가장 중심에 고양이가 살아 숨쉬고 있지만, 또 다른 작업물이나 피드를 보면 하트, 장갑, 돈, 담배 등 예측할 수 없는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그 무언가를 선택하고 등장시키는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A. 오브제는 전적으로 우리의 직감과 관심사에서 비롯된다. 너무 섬세하고 어려운 주제들에서 비롯되는것이 아닌 우리의 욕망 그대로를 날것의 무언가로 표출하는 편이다. 역설적이게도 서로 구두로 나누는 대화에선 온갖 고찰과 읽고 있는 책 얘기, 사는 얘기 등 다양한 주제가 오가지만 결국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이 모든 것을 압축하여 단 하나의 강렬한 오브제 혹은 단어로 압축하게 되는 것 같다.
Q. 한글타이포그라피학회 전시 작품을 인상깊게 보았다. 두 가지 컨셉의 살짝 섬뜩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숨어있는 귀여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잇지의 LOCO를 잘 듣지 않았지만, 오아시스 찾는 kitty라는 가사를 만든 것 만으로도 흥미로운 노래가 되는 것 같았음. 그리고 두 포스터가 굉장히 비슷한 무드인 듯 하면서도 각기다른 개성을 보이는데, 각각 어떤 방식의 표현을 계획하고 작업한 건지? A. 두 개의 포스터는 마치 왼쪽에 위치한 포스터가 오른쪽에 있는 오브제들의 일부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런 기분을 연출된다면 그것은 두 포스터간의 이어짐과 서사도 존재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디자이너로서 휘두르는 감각이 재지가 선정한 오브제들을 다소 난폭하게 다루고 있으면서도, 서사가 있는 구조적인 결과물로써 제작되었다.
Q. 굉장히 평면적이기도 하고, 또 입체적이기도 하고, 굉장히 메탈릭하기도 하다. 마치 트랜스포머4의 갈바트론처럼..? 새로운 재질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언가라고 생각이 든다. 재지의 가장 대표적인, 그리고 자신있는 재질은 무엇인지? A. 재지가 자신있는 재질은, 사실 재질이라고 하면 은유적으로 답변해야할지 모호하긴 하지만, 겉은 까슬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재질이라 답하고 싶다. 물질적인 툴로써의 재질이라기보다는 앞의 대답같은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을 연구하고 발전하고 있다.
Q. 내가 옆에서 관찰한 재지는, 단순한 브랜드라기 보다는 패션과 편집, 콜라보 등의 욕망을 가진 마치 하나의 문화 공간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의 재지는 과연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 것 같은지? A. 현재의 zezie가 뚜렷하게 주는 것은 없다. 아직 한참 성장중이니까. 어쨋든 브랜드이자 집단인 zezie를 소비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얻어가는 것은 추상적인 것 같다. 더 뾰족하게 갈고닦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경험치, 인맥,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나가며 더 내실을 채워나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zezie는 나와 유기적으로 같이 커나가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zezie를 알고, 입고, 소비했으면 좋겠다. 따지고보면 패션이 될 수도 있지만, 재지가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었으면 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능력을 키우고 싶어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일단은 진지하지 않게. 부담스러워
Q. 예술은 자신의 창의력과 감각, 기술을 쥐어짜는, 요약하자면 착즙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나의 무언가를 쏟아부어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신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는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갈등이 생겨 내가 이걸 계속하는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의 현재의 나를 너무 갉아먹는건 아닌가 라던지) 사회의 디자이너로서 존재한지 2년이 넘어가는데, 그 방향성을 조율하는 과정에 대해 깨달은게 있는지? A. 내가 회사에서 하는 작업이 마음에 들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에 처음 진입했던 그때가 지금보다 포지션에 대한 적응이나 다루는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짬이 차면서 나의 일에서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캐치할 수 있게 된다.(재지가 답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회사 속 디자이너로서 얻을 수 있는 건 내 욕망의 디자인적 실현이라기 보다는 그 외의 것들이다. - 실무적 경험, 여러명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만들고 크레딧을 거는 이상, 나의 니즈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음을 깨닫는 등 취향이 담길 수는 있지만,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삼아 재지라는 루트가 등장한게 아닐까? 처음에는 여유가 없다보니 일이 재밌다기 보다는 빨리 쳐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는데, 좀 더 여유가 생기고 균형을 정해가며 다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Q. zezie와 나의 관계는 지금으로써 가장 활발한 소통이 발생되는 지점이다. 시간이 날때마다 우리는 “대체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된걸까?”에 대한 토론을 벌이곤 한다. 디자인과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남성들(그래도 몇십명은 있었겠지만) 중에서 나름 선택된 남성이 된 셈인데, 그런 특수한 관계가 또 꾸준히 오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A. 우선 우리의 만남의 시작이었던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너가 제작한 포스터의 디자인적인 무언가에 끌렸던게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나름대로) 고차원적인 대화가 가능하기도 하고,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독서의 범위를 예로 들자면, 단계적으로 쉬운 책에서 점점 새로운 장르를 찾아나가는 시도가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주제를 던졌을 때 여러 각도의 토론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래서 우리 관계가 재밌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도덕성의 기준도 얼추 맞지 않나? 너무 유교적이거나 선비같지도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줄 마저도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거지)
Q. 재지의 등장인물, 고양이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오히려 그래픽 상의 고양이는 정형화된/ 연상할 수 있는 고양이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의 미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그와 함께 2023년의 zezie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A. 23년의 재지는, 우선 현재진행중인 수영 관련 브랜딩을 완성할 것이다. 실제로 제작중이기도 한 만큼,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24년 말에는 유럽으로 떠날 것이다. 최근에 해외의 유명한 디자인 큐레이팅 사이트에 소개된 만큼, 우리의 미래는 충분히 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고양이는 글쎄? 아마 AI가 되지 않을까...
Q. 요즘은 재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A. 최근에는.....음. ㅎㅎ... 회사를 통해 인맥을 쌓자는 목표가 더 커서, 현생에 집중하는 중이다. 특히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과 인맥을 만들자는 생각이 머릿속에 거주중이다.
Q. 재지에 끼고 싶어할 누군가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은? A. 기갈짐과 장난스러움, 그리고 유머와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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