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재를 만나보았습니다.
자신을 대화하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기도 했지만, 오히려 약간은 장난틱한 대화가 더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의 자신은 어땠고, 지금 나이의 자신은 어땠고, 미래의 자신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무의식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지켜봐주세요.
Q. 요즘에 가장 기분이 좋았던 일이 있었는가? 하루하루가 비슷한 듯 하지만 굉장히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는지. A. 최근에 목감기로 몸이 너무 아파 끙끙 앓으면서도, 학교를 안가고 회사를 안가고 과제를 미룰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이런 내가 너무 당황스럽지만, 받아들여야지. 직장인에게 오히려 아픔이 의도치 않은 여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 솔직히 잘 모르겠다.
Q. 면접이나 인터뷰에서 많이 듣는 질문이지만, 좀 더 내가 나를 바라보며 생각해봤을 때, 나 자신만 갖고 있는, 남들과는 다른 -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지. 나의 장점이라고 말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A. 이성적인 마음과 감성적인 대화? 개인적으로 친구들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순간을 말을 통해 겪어본 입장으로서, 아무리 객관적 사실이어도 그 자체를 상대에게 건넸을때 상대는 그것을 너무나 아픈 가시덩굴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일단 듣기 싫다. 나도 그렇게 느끼니까. 서로가 싫어하는 말을 굳이 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상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어떤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두 알고 있다. 언젠가 그 자신을 깨닫고 해결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감성적인 대화로 어느정도의 방향을 안내하고 상대에게 힘을 전해주는 것 만큼, 나의 인간관계와 그 외의 무언가를 유지하게 해준 것은 없다. 덤으로 친구들의 인스타 업로드를 위한 사진을 잘 찍어주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친구만의 포토그래퍼라고 생각한다.
Q. 최근의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는가? 취미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무언가가 있는지. A. “게으름과 미룸을 갖고 사는 인간에서 벗어나는 방법” 침대만 있으면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너무 싫으면서도, 왠지 모를 피로감과 아무것도 하기 싫음을 느끼며 지금의 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말 웃긴 것은 나름 시작은 자리잡고 해보지만, 디테일한 무언가를 만지면서 갑자기 흥미가 사라지고 의지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갑자기 쉬어버리는 현상을 너무 자주 겪었다. 그리고 우연히 유튜브를 봤는데,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완벽이라는 단어는 나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완벽을 바라보고 현재의 과정에 불만족해 포기해버린다는 것이다. 너무 소름돋게 나 그 자체다. 기준을 낮추고, 우선 시도해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에 관심이 있다. 말로만 보면 정말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우선 자리에 앉자." 이게 요즘 나에게 최대의 관심분야다. 그리고 영어로 하는 대화. 영어로 된 컨텐츠 시청하지(웃기지 않으면 절대 안봄)
Q. 노잼시기를 맞이하고 있고, 맞이했었고, 맞이할 나에게, 재미없음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에 대해 깨달은게 있는가. A. 난 재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삶의 무언가를 이어가고, 이루어내고, 완성한건 순전히 재미가 아니었으면 없었다. 사소한 재미라도 찾아내려고 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하나를 하는데, 그와중에 시안도 까이고 별 관심도 없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 그 안에서 나의 취향의 아주 사소한 무언가라도 불어넣다보면, 어느새 재미를 살짝 느끼면서 어렵지 않게 붙잡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재미없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쩔때는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재미없으니까, 그냥 빨리 끝내버리자 이런 생각으로 바라보고 하다보면 또다른 속도감을 느낄 수도 있더라. 난 나의 마음을 아직도 알 수가 없다.
Q. 2022년의 겨울이 찾아왔다. 2023년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의 나를 돌아보자, 어땠나? A. 1-3월, 눈을 쓸며 겨울을 느꼈다. 4-5월, 약간의 더위를 느끼며 세상을 기다렸다. 6-7월, 세상에 존재하며 여유를 즐겼다. 8월, 열심히 커피를 뽑으며 학교를 1년 반만에 찾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9월, 적응할 수 없는 조용함 속 재미없음으로부터의 도망에 실패했다. 10월,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사소한 완성품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학교와 직장의 공존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다. 11월 지금, 너무너무 바쁘다.! 연말은 자주 아팠다. 많이 우울하기도 했고 힘들었지만, 또 어느 순간 갑자기 힘이 생기며 폭주기관차를 운전했다. 그리고 다시 멈추고.. 그것의 연속이었고. 지금은 내년 1월의 유럽 여행만 기다리는 중이다.
Q. 행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소소한 잦고 작은 행복이 좋을까, 크고 확실하지만 드문 행복이 좋을까. A. 소소한 행복은… 솔직히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길거리에서 오백원을 주웠다” 같은 구시대적 소확행보다는, 최근의 내가 생각하는 소소한 행복은 “버스와 지하철이 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쓴 돈으로 만들어진 포인트가 쌓여있다”, “택배가 소복하게 쌓여 퇴근한 내 앞에 있다” 등등… 음. 사실 소소하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은 약간의 운과 나의 시간과 돈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행복이다.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다. 내가 건설해냈다. 행복은 시간과 돈에서 찾아오는게 아닐까? 그러니 나는 회사를 관둘 수 없다. 월급이 들어오는 이 행복함을 피할 수 없다.
Q. 이십대 중반, 후반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나이를 먹으며 느껴지는 자신의 바뀐 습관이 있는지. A. 1. 가지를 먹게 되었다. 2. 오랫동안 싫어하던 버섯 - 그 중 유일하게 팽이버섯을 사랑하게 되었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당연하게 두부면을 찾는다. 3. 인간관계에 대해 좀 더 섬세한 계산을 한다. 4. 지금 나의 친구들은, 많은 말을 하지만 자주 만나지 못한다. 럼에도 관계의 견고함을 믿고 의지한다. 5. 직장인은 패션쇼를 열지 않는다. 비슷한 출근룩의 연속이다. 6. 책이던 영화던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나에게 남지 않음을 깨닫는다. 7. 피부의 퍼석퍼석함에 통곡한다. 8. 자잘한 소비보다 준비된 큰 소비를 한다.(확실하지 않음) 9. 욕이 진지하기보다 감탄사에 좀 더 가깝다. 10. 누워있는 순간을 오래오래 사랑한다⭐️
Q. 25가 되는 내년, 그리고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A. 올해 말에 드디어 서울에 발을 들인다. 10년이 넘게 걸렸고, 다시 서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 갖고 현실을 버티고 있다. 내년에는 유럽으로 떠나 3년 전 여행의 길과 시간을 되짚어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오려고 한다. 눈물도 흘리고 감정을 털어내고 오고 싶기도 하다. 미래의 나는 항상 비슷하다, 도심의 아파트에 고양이와 거주하는, 알게 모르게 포스있지만 싸가지는 있는 어른. 발랄함이 묻어있는.
Q. 과거의 기억에 존재하는 떠나고 싶은 곳,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는지 A. 최근에 사진첩을 돌아보며 포르토가 가고싶기도 했고,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기도 했고, 도쿄에 가고싶기도 했고. 한국이 아닌 어딘가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그곳을 돌아다녔던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위치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항상 과거보단 현재의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더 쌓인 지식과 감각은 나를 더 성장시키고, 과거의 실수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실패에 의연해지고(이건 잘 안됨), 누군가를 보듬어줄 수도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미래는 있지만, 돌아가고픈 과거는 없다.
Q. 다시 돌아간다면 디자인을 할 것인가요? A. 디자인을 하지 않았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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